2010/09/28_제이드(JADE)와 수다 떨기
9월 28일 화요일.
어느새 추석 연휴가 훌쩍 지나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는 날이었지요.
아차산 역 앞의 한 카페에서 제이드를 만났습니다. 제이드는 세상의 작은 변화들을 꿈꾸는 가치 지향적 사업가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만든 디자인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어떠어떠한 것'으로 디테일한 그의 사업을 정의 내리거나 설명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애초에 그럴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말의 전달이란 늘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법이니까요.
# 제이드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싶으신 분은 제이드 홈페이지를 방문 바랍니다.
아무래도 톰소여와 비슷한 쪽에 관심이 많은 제이드씨인지라 여러모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일상적인 수다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제법 긴 시간동안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간략하게 몇 가지로 묶어 옮겨봅니다.
- 왜 이런 일을 할까?
사실 어딘가 다르고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참 익숙합니다. 뭐, 물론 반복적으로 늘상 듣는 얘기이다보니 그만큼의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하지요. 실제로 제이드는 취업 준비 차원에서 나름의 스펙을 쌓는 것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한다는군요.
톰소여의 관점에서 '왜 하는가'는 참 의미 없는 물음입니다. 정해진 공식과도 같은 사회의 크고작은 룰들에 우리가 그만큼 물들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 같아요. 제이드의 경우 '즐거움'이라는 감정적인 동기부여를 최우선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즐거움은 우리가 올바른 것으로서 지향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선을 전제합니다.
- 다른 건 둘째치고, 이거 정말 먹고 살 수는 있을까?
율리 주위의 헐벗고 굶주린 예술가들은 항상 다음날 먹을 양식을 걱정하며 잠들곤 합니다. (휴.. 잠깐 눈물좀 닦구요.) 이런 고민은 톰소여나 제이드에게도 예외일 수 없겠지요. 특히 제이드는 이미 공식적인 '사업체'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이상 얼마만큼의 지속 가능한 이윤을 거둘 수 있느냐가 그만큼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사업 초기, 경험 부족으로 경영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는 제이드는 톰소여에게 조언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제이드를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이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확보되고 있다는군요.
사업가로서 제이드가 주로 경영이나 관리에 대한 측면을 고민했다면 톰소여는 대안적이고 선한 유통망 구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톰소여와 제이드의 대답은 yes입니다.
- 사회적 기업 열풍, 득인가 실인가.
얼마 전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정도쯤 되면 거의 신드롬이라 할 만 하지요. 언젠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정의' 열풍이 결코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부터 출발했다면, 근간의 사회적 기업 열풍 역시 이와 비슷한 코드에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승자독식의 구조에 절망한 사람들이 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겠지요.
이러한 인식의 전환들은 분명 긍적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 사업들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제이드는 관(官)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이 사회적 기업들의 장기적 자립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법제화 된 지원 제도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정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유도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제도 밖의 현상을 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도의 테두리를 그만큼 넓혀 그것들을 모조리 먹어 치워버리는 것입니다.
대안 학교를 졸업한 율리는 '대안학교특별법'이 얼마나 많은 대안 학교들을 그저 둥글둥글하고 '평범하게' 만들어 왔는지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길들이기'에 대해 더욱 우려하는 바입니다.
- 그래서, 정말 세상이 좋아질까?
어쩌면 바로 이것이 제이드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이드의 작업은 강한 신념과 믿음 없이는 행동에 옮기기 참 어려운 일들입니다. 늘 게으름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밟고 올라서야만 하니까요. 조금은 교과서적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이드는 그녀가 사람들에게 얼마 만큼의 영향을 끼치게 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는 일이기에 그녀 한 사람부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반짝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가치 지향에 대해 애써 마음을 비우려는 듯한 느낌도 살짝 느껴졌지요. (제이드의 홈페이지엔 이런 글이 써있습니다. "제이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변화를 만들지는 못한다. 변화의 주인공은 제이드가 아닌 제밀리─제이드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는 회원들─이다.")
우리 모두가 사라지기 전에, 정말 우리 모두의 행동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게 변하게 될까요? 음..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늘 다음 세대에 의해 쓰여집니다. 지금 살아 현재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그저 각자의 삶에 치열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나 이 사람 만나보고 싶어!"라는 유리의 급제안에 거의 벙개(?)같은 느낌으로 이루어 진 제이드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꾸준히 여러가지 어려움을 헤치고 지금에 이른 제이드이기에 여러모로 많은 배울점이 있었던 것 같네요.
(율리는 "남자친구 있으세요?", "피자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을 던지려다 유리에게 두들겨 맞을 뻔 했습니다.)
# 제이드씨의 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맛있는 커피 사주셨던 제이드씨,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다음에 뵐 때는 저희가 꼬옥 차 한 잔 사지요. 후후. :D
